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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시대
재외국민 몫 비례대표 국회의원 탄생?
재외한인사회 한국 여야 정치권 비례대표 공천결과 주시
기사입력: 2012/03/18 [21:23]   honaminworl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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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 왔다.
 
각 정당들의 지역구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지금 나처럼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관심은 각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에 쏠리고 있다. 워낙 일상이 바빠 웬만해선 정치뉴스를 잘 안 보려 하는데 그래도 이번만큼은 관심이 쏠린다. 그런데 지난 한 주간 비례대표 관련 뉴스를 검색해도 해외비례대표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안 나온다.
 
새누리당이 탈북자 출신과 외국인 유명인을 비례대표에 넣겠다는 뉴스 정도에 불과하다.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조선일보>의 악의적인 비례대표 명부 누출 파문 기사 때문인지 몰라도 구체적인 뉴스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민주당의 해외동포정책을 총괄하는 김성곤 의원이 15일 발표한 긴급성명을 보건대 민주당 역시 해외동포를 대표하는 비례대표를 뽑을 생각은 별로 없는 듯 하다.
 
▲  지난 2월 11일 도쿄 총영사관 유권자 등록 현장 모습.  평소에는 한산했으나 접수 마감날은 제법 붐볐다.
솔직히 허탈하다. 바쁜 시간을 쪼개 일본에 온 지 12년만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가지게 됐는데, 그것도 웬만한 사람이라면 아예 투표 안 하고 만다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하는 국외부재자 신고라는 매우 험난한 과정을 거쳐 획득한 투표권이다.
 
재외선거인인지 국외부재자인지 몰라 대사관에 세번이나 전화하고 우편접수를 했지만 직접 와야 된다는 말에 집에서 1시간 30분이나 떨어진 도쿄총영사관을 찾아가 받은 소중한 투표권이다.
 
일각에서는 230만 유권자 중에 고작 12만 3천명 밖에 지원하지 않았다며 재외동포선거법의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다. 가만히 있어도 선거하라고 친절하게 우편물로 알려주는 한국의 투표권과 회사에 월차내고 하루 발품을 팔아야 얻을 수 있는 해외의 투표권은 그 차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동포 투표율은 아마도 매우 높게 나올 것이다. 어떻게 얻은 투표권인데 감히 기권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언론이나 정당은 해외에는 눈 돌릴 정신조차 없나 보다. 연일 낙동강벨트가 어쩌고 무소속 탈당 도미노에 '해적기지'니 뭐니 같은 본국 선거판에만 집중하고 있다. 새누리당, 민주당의 공약집을 봐도 해외동포를 배려하는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럴 때 어떤 정당이던지 간에 해외동포를 위한 따뜻한 말 한마디만 해준다면 총선은 물론 오는 12월 대선에서 이니셔티브를 쥘 것인데 어쩔 때는 매우 아쉽기도 하다.
 
단순히 '표'만 계산해 보자.
 
총선은 12만 밖에 안되지만 총선보다 대선에 어마어마한 관심을 보이는 해외동포들의 특성상 12월 대선에는 약 50만명이상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처럼 치열한 승부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50만표는 당락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230만 해외유권자를 대변할 속칭 '해외비례대표'를 당선권 내에 공천해 보자. 실제 그가 당선된다면 그는 해외동포 몫으로 당선된 것이기 때문에 누구보다고 해외동포들에게 공을 들일 것이다. 그 공들임이 대선 투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자명하다.
 
애초부터 새누리당, 혹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중립지대에 놓여있는 동포들은 자주 찾아와 주고 자기들을 위한 정책 펴주는 의원, 그리고 그 의원이 속한 정당으로 마음을 여는 건 당연하니까.
 
두번째는 '빚'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좋던 싫던 해외동포들에게 많은 빚을 졌다. 박정희 정권은 정권에 위기가 올 때마다 해외간첩사건을 연출한 전력이 있다. 김정사나 문세광, 독일유학생 간첩사건 등은 해외동포들을 자신의 정권유지에 희생시킨 대표적 사례다.
 
▲   12년 만에 갖게된 투표권 확인증. 나는 한국내 주민등록증이 말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외부재자 신고대상자가 아닌 재외선거인 신고대상자로 지역구 투표는 못하고 정당투표만 하게 된다.
7, 80년대 그 엄혹했던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을 구출과 복권을 위해 온 몸을 바쳤던 이들 역시 해외동포들이다. 그의 수족이었던 박지원 최고위원도 뉴욕출신의 해외동포다.
 
사실 이번 총선 및 대선은 박정희와 김대중의 대결이다. 박정희의 길을 갈 것인가, 김대중의 길을 갈 것인가. 과거 그들의 길을 닦아주기 위해 수많은 해외동포들이 희생을 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그 빚을 청산해야 한다.
 
마지막은 '약속'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11월 로스엔젤레스를 방문해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해외동포들의 참정권을 점진적으로 도입해 상사 주재원 등 단기 체류자들에 대해서는 조속히 선거권을 보장토록 할 방침이며 시민권자는 불가하지만 영주권자의 경우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투표권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실제 그는 한국으로 귀국하자 마자 관계부처와 재외참정권 논의를 시작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2007년 6월 28일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있는지 여부에 따라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등록법상 국내에 주민등록을 할 수 없는 재외국민의 선거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공직선거법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결국 내 투표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약속이 맺은 결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투표권만 있지 내 투표권을 대표해 줄 사람은 없다. 갑자기 해외비례대표가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분위기로 봐서는 그럴 것 같지도 않다.
 
한국이야 각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구 의원도 뽑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해외동포사회를 전담할 대표자는 당에서 비례대표로 임명해야 한다.
 
해외동포사회에서 누구나가 인정할 만한 인사를 공천해 그로 하여금 해외동포들을 위한 정책을 입안시키고 일을 하게끔 하는 것은 역사의 빚을 청산하고 선대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물론 곧 다가올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절호의 찬스다. 각 정당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기대한다.
 
박철현  / 일본 동경 거주 - 전 JPnew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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